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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어리memo/journal

2014.08.06

niceplanner 2014. 8. 6. 17:13

프루스트, 롤랑바르트라는 키워드로

석사 학위 논문 [기억, 존재의 복합적 공간, 2005년]을 찾아 읽어보기까지,

두번의 프랑스 현대 문학에 대한 스터디가 있었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라는 작품으로 오마주된 장면이 영화나 드라마에 많다는 것을 알게 되고,

youtube 검색을 통해 책을 소개했던 프로그램을 보기도 했고,

훌리오와 에밀리아 (Bonsai, 2011) 라는 영화도 보고,

그레이트뷰티 속 대사에 등장하는 프루스트도 보게 되고,

인상주의가 나타나기 시작한 때와 프루스트가 동시대라는 것을 알게 되고,

모네를 알아봤던 프루스트는 그를 천재라고 했다는 것도 읽게 되고,

수련꽃 연작 시리즈를 보면서 공간과 시간의 모호함을 깨닫게 되었다는 텍스트를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게 되기까지,

 

전혀 몰랐던 세계를 조금씩 알게되는 기쁨이란.

 

강신주 작가의 지식인의 서재에서, 어떤 전집을 10번 넘게 읽었다는 대목이 무척 인상적이었고

나도 나만의 전집을 만나 10번 넘게 읽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는데,

강신주 작가의 그 책이 다름 아닌 12권이나 되는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였다니.

 

오늘은 또 어떤가,

롤랑바르트와 함께 검색하면 좋은 자료를 만나게 될까 싶어 검색하다가

12년 전, 카메라루시다,라는 책 제목을 수업시간에 들었던 것이 떠오르고

'푼크툼'이라는 개념까지 이해하게 되면서

여러 블로그를 읽으며 내가 왜 그렇게 [윤미네집]이란 사진첩에 감동했던 지를 깨닫게 되는 순간,

눈은 모니터를 보는 와중에도 내 의식으로는 13년 전 엄마가 유럽여행을 앞둔 딸에게

"물의 도시 베니스도 가니?"라는 질문을 부럽듯 하셨던 장면까지 떠올린다

아, 엄마랑 둘이 여행갈 도시는 베니스라고, 왜 그 동안 이 생각을 못했지, 라면서

당장 아시아나항공, 대한항공 홈페이지에 들어가 스케줄과 항공료를 검색하고

그러면서도 끊임없이,

아 엄마랑 여행가면 좋겠다,

근데 어색하기도 하겠다,

왜 내 속에 있는 모든 얘기를 엄마한테는 못할까?

베니스에서 내가 엄마생각 하면서 울었던 것을 같이 여행갔을 때 말한다면 엄마나 나나 눈물바람되겠지,

라는 생각이 이어진다

모니터를 보거나 마우스나 키보드를 만지는 것과는 다르게 의식은 흘러가고 또다른 기억을 불러내고 있는 것이다

 

스터디를 하기 전에는 그냥 이런 것들을 모두 잡생각, 공상이라고 했을 테지만,

책을 읽고 있는 중이라 그런지

내 의식의 흐름과 무의식의 기억을 섬세하게 느끼게 되었다

그래서 이렇게 남기고 싶었다

 

'우연한 무의식의 기억'이 어제 스터디 동안에 내가 건진 개념이다

나도 우연히 의도치 않게 어떤 기억들과 만날 때가 있다

그날의 공기, 습도에, 듣게 되는 음악, 커피향, 비온 후 거리 냄새 등

기억을 건져 올려주는 것은 감각, 특히 덜 예리한 청각, 후각, 미각, 촉각이라는 것을 알기도 전에 이미 느끼며 살았던 것이다

 

의도치 않게 떠오르는 기억이 불쑥 불쑥 치고 올라올 때마다 글이 쓰고 싶어지는 것도 이해하게 되었다

글로 써두어야만 그 감각들이 보존될 수 있다는 것이,

지금 읽고 있는 책의 주인공이나 저자나 몇십년을 두고 나에게 얘기하고 있는 점이다

 

당장 써내지는 못해도

내 무의식속 어딘가에 하나의 점으로 박히겠지,

그래서 또 어떤 물체와, 음악과, 공기와 만나게 되면 일으켜지겠지,라고 그냥 생각하며

글을 쓰면서도 무의식과 의식이 교차하며 흘러가는 자취를 써보는 것,

프루스트의 작법이라는 것을 어제 배웠으니

이렇게 늘어지는, 장면과 화제전환 빠르며 맥락이 이어지지 않으면서도 큰 줄기가 있는 듯한 글을 하나 써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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