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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인터뷰 네번째. Keep Calm and Eat Play Love New york!

niceplanner 2014. 10. 16. 19:02


"New york state of my mind!"

 

뉴욕 다녀오신 소감을 한 문장으로 얘기해보라는 기도 안차는 내 요구에
메뉴판을 만지작거리며 그는 말했다

보름 간의 뉴욕 여행, 시차 적응할 틈도 없이
이륙 직전까지 디자인 작업을 했다던
어느 작가 전시가 열리고 있는 모 갤러리에서였다
오후에는 이곳에서 어떤 강의를 들어보려한다는 그를 앞에 모셔두고
나는 뉴욕에 대해 이것 저것 묻고 싶은 것이 많았는데,
그는 혼자 이미 말을 시작하였다

 

뮤지컬을 6편 봤다. 한국에서 공연되었던 것 3편, 미공연작 3편.
시카고를 보고 정말 감탄을 금치 못했다.
작품 자체가 하나의 show,
그 기럭지인 다리로 의자를 넘어 휘두르고, 그 몸으로 봉에 매달려야 하는 것이다
안무 자체가 그 기럭지에서 나온 건데 우리나라 배우는 짜리몽땅하지 않나

아들이 가장 좋아한다던 OST 'Cell Block Tango'를 들었을 때
왜 내가 한국에서는 그다지 감동받지 못했는지 정확히 알았다
바로 기럭지 때문인거다!

그리고 레미제라블은, (그는 말하기를 쉬지 않았다)
뭐 워낙 음악이 훌륭하니까,
근데 영화의 앤헤서웨이, 아만다 사이프리드는 뮤지컬엔 없었다
뮤지컬 후에 아들과 소감을 나눌 때
영화를 정말 잘 만들었구나,라고 똑같이 합의를 이루게 해줬다는 것이 의미라면 의미,
그리고 위키드,
(순간 그가 숨은 쉬고 있는건가, 싶었다) 참나, 옥주현이 정말 잘하는 거였다!
그녀는 영어만 된다면 당장 브로드웨이에서 공연해도 괜찮아!!

아직 미공연작으로 본건 킹키부츠, 이건 헤어스프레이의 성인버전이랄까,
배경은 70, 80년데일텐데 한국에 꼭 들어올거다, 아니 들어와야한다!

(실제로 킹키부츠는 곧 CJ엔터테인먼트에서 초연을 앞두고 있다)

 

"모든 공연이 감동적이지는 않았을텐데"

 

당연하지! 어느 장면에서는 너무 피곤해서 졸기도 했다, 하하!

 

"아들과의 뉴욕여행이라, 자체만으로 무척 멋진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런 낭만의 다른 면에는 현실도 있기 마련인데, 싸우지는 않았나?!"

 

왜 안그랬겠나, 우린 여행 목적이 각각 다르다는 것을 가서 알았다
갤러리 리스트를 보고 아, 이렇게 좋은 갤러리를 알아놓다니, 역시 내아들이야, 했는데
알고보니 그 갤러리 옆에 있는 아이스크림, 그 뒤에 있는 브런치카페, 뭐 이런 식인거다!
여행가서 세끼를 다 먹다니, 서울에서도 세끼를 챙겨먹지 않는데!
아들은 먹으러, 나는 보러 갔던 것이다
하지만 그래서 좋은 점도 있었다! 캐리와 샬롯과 사만다, 미란다가 우정과 사랑을 논하던
그 브런치 카페라는 곳에서 생각보다 비싸지 않은 음식을 먹을 수 있었다
혼자 갔다면 귀찮아서라도 하지 않을 일이다
그런 점에서는 아들이 있어서 좋았다!

아 그리고! (그는 한번 얘기를 하면 쉬는 법이 없는 것을 그때 알았다)
또 맨하튼에서만 가야하는 서점이 네군데라는 것이다!
뭐 나도 서점은 좋아하니까 기꺼운 마음으로 동행했는데 맙소사,
Strand bookstore에서 100만원쯤 사들였나보다! 더 살 수 있었는데, 암튼
아들이 없었으면 나는 그 책들을 가지고 숙소로 오는 길에 기절해버렸을 거다!
"아빠가 사는 걸 왜 내가 들어야해"라는 투정을 하는 중에도,
브루클린에 있는 숙소로 돌아오기까지
그곳을 잇는 브루클린 브릿지는 걸어야 제 맛이라는 것을 아들은 잊지 않았다!
아들이 있어서 너무 좋았던 순간이다 하하!

 

"그런 아들이 이번 여행에서 많은 것을 느끼고 담아왔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랬겠지! 그래야한다, 하하! 교회의 후배가 콜롬비아대학에서 공부하고 있어서,
그 후배의 도움으로 콜롬비아 대학을 1시간 정도 둘러볼 기회가 있었는데,
공부해서 성공해야지, 그래서 돈 많이 벌어야지, 뭐 이런 게 아니라
제3세계의 인권을 위해 공부하고 싶다는 말을 후배에게서 들었을 때
아들은 진지하게 뭔가 자극받았던 거 같다
예술학 석사를 배우고 났더니 아티스트와 작품을 보호하기 위한
법에 대해서도 관심이 생겨 Law school에서 공부하기로 했다는
유학생과의 만남에서도 그랬던 거 같다
뭐 뉴욕에서 살고 싶겠지, 왜 아니겠어?!
아들은 뭔가 보는 것, 자극받는 것은 무척 잘하는 거 같다
아직 어려 한참 빨아들일 나이라서 그렇겠지만,

돌아오는 비행기에서도 자지않고 7편을 봤다더라
보다보다 "마지막황제"까지 봤다는 거다! 하하!

 

"아들얘기 그만하고 이제 당신얘기를 해보자!
아들이랑 가서 좋았겠지만 혼자가도 좋았겠지?"

 

(힘주어) 물론이다! 아들이랑 갔기 때문에
멋진 것을 대할 때 가족이 생각나는 불필요한 미안함은 안들어서 좋았다
(아내님 미안)
하지만 혼자 갔어도 무척 좋았을 것이다!
일단 먹는데 시간을 들이지 않아도 되니까 더 많이 봤겠지!
알아만 놓고 못간 갤러리가 아직 많다!

첼시의 하이라인파크도 넉넉히 봤을 거고,
끝났으니 이제 좀 나가달라고 할때까지 MoMA에서 있었지만, 아쉽게 느껴진다
ICP에서 봤던 사진, 사진집도 더 시간을 두고 봤을 거고,
디아비컨 갤러리는, 여행의 마지막 쯔음 미루다 미루다 겨우 간 곳인데
기차타고 오고가는 길도 너무 좋았고
메트로폴리탄뮤지엄이나 MoMA에서처럼 급하지도 않게
느린 호흡으로 드문드문 작품을 감상할 수 있어서 마치 힐링이 되는 것 같았다
아마 혼자였다면 그 모든 것을 더 세밀하게 느꼈을 거다

지인들은, 올해 초에 갔던 인도와 함께 뉴욕스토리를 책으로 내라며
농담인지 진담인지 부추기는데,
생각이 전혀 없진 않다. 나는 느끼는 것을 글로든 디자인으로든 표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이니까!
내가 느꼈던, 담았던, 알게 되었던 그 모든 것이 언젠가는 밖으로 나올 때가 있겠지!
아들도 그랬으면 좋겠고!

 

"우문 하나만 하자. 인도와 뉴욕, 여행지로서의 차이점이 있을까?!"

 

인도에 있을 땐 간단히 아이폰으로 찍은 사진, 글과 함께 페이스북에 간간히 올리곤 했다
그러고 싶어서 블루투스 키보드도 챙겨간거니까!
그런데 뉴욕은 그러질 못하겠더라! 가는 곳마다 멋있으니까 사진찍어 몇마디 올릴라치면
너무 자랑하는 거 같아 스스로 오글거렸던 거다!
말통하는 친구같은 후배녀석이 있는데, 몇년 전에 먼저 다녀오고도 뉴욕사진 몇 장 못올렸다고,
스스로 허세같아서 못하겠다던 얘기를 하던데 바로 그거였다!

진심으로 좋아서 그 감정을 나누고 싶어 올리려해도 스스로 허세같은 느낌!
하긴, 뉴욕자체가 허상의 도시 아닌가?!
프랑스가 기증했다던 자유의 여신상, 항구 도시로서 이 나라에 들어오는 모든 사람들을 인도하기 위해 햇불을 든 여신은
자유를 상징한다는 것 자체가 뉴욕의 허상, 허세라고 생각한다! 이민족에게 자유라니!
다른 나라 여행객, 아니 자국민 중에서도 다른 주에서 왔다고 알아차리고는 바로 선긋기를 하는 뉴요커들!

 

"지금까지 한 얘기를 봐서는 뉴욕스토리, 아직 1절도 못한 느낌인데,
좀 어려운 질문일 수 있겠다, 하하! 여행하는 동안의 명장면을 딱 하나만 꼽으라면?"

 

음...(처음으로 그는 표정이 무거지며 한참을 아무말 못했다. 그 한참이 한 4초 정도라는 것은 나중에 알았다)
어떻게 한 장면만 꼽아! 말도 안돼! 그리고 사실 나 아직 영혼이 뉴욕에서 안왔어!
눈치 챘겠지만 꽤 오랫동안 뉴욕에 젖어 있을 거다! 나름대로 정리도 해야하고!
그 질문에 대해서는 조금 시간을 두고 대답하기로 하자! 그리고 한가지로는 절대 말 못한다!

일단 이것만 말해두겠다.
영어공부 할거고, 운동할 거다! 내 몸 끌고다니느라 나 너무 고생했다!
좀더 튼튼한 체력을 만들어두고 다음 여행 준비해야지! 얼른 뉴욕 정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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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쏟아내는 얼굴에서는
쉴새없이 리듬을 타는 입과는 상관없이 
어느 지점에서는 그 날의 광경을 그리는 듯 눈빛이 멀어지기도 했다

언젠가 그가 얘기한 적이 있다
어느 시절을 보낸 뒤로 나는 이전의 내가 아니라고 느낀다고,
지인들도 자신이 변했다는 얘기를 했는데 스스로 그게 나쁘지 않았다고 말이다
그 말 때문일까,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뉴욕을 다녀온 그와 얘기를 나눴더니
그는 또 얼마나 "이전의 그"가 아니게 될까, 궁금해졌다
그의 말대로 그의 글에서, 디자인에서 나타나게 될 이번 여행의 의미를
읽을 수 있을까, 나는 그것을 보는 눈을 가진 걸까,
점심시간을 걸처 진행된 인터뷰 아닌 인터뷰에서 나 스스로 기대하게 되었다고 할까.

 

넉넉한 마음으로 잘 알려진 그답게,
너무 착했던 숙박비를 대신하여 백여만원이 넘는 책을 챙겨왔다던 그 가방 속엔
가까운 지인들에게 선물할 것들도 터질듯 담겨있을 것이다
그 중에는 모르긴 몰라도 어떤 이에게 아주 딱 맞는 선물이 담겼을 것이 틀림없다!
노트가 그려진 컵이나, 이젠 그만 좀 닥치고 글을 쓰라는 메시지가 담긴 마그넷 정도,
아주 기념적인 기념품을 가지고 왔을 것이고, 거기엔 또 아름다운 이야기가 더해지겠지!

 

그는 분명 뉴욕의 이전과 이후로 나뉠 것이다. 그의 글과 디자인도 그러하겠지.
그에게 뉴욕이란, 아들과 처음으로 함께 했던 해외여행 그 이상의 무엇일 것이다
그건 앞으로 지켜보도록 하자!

 

상황의 관찰
상상의 개입으로 만들어낸

(정말 오랜만에, 6년만이라고도 적어두자)
[단지] 인터뷰 네번째. 제목,
Keep Calm and Eat Play Love New york!


1016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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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물을 받자마자, Oh My God!

매일 글을 써야겠다는 생각이 즉시 들었고

그 시작은 이 글이면 좋겠다 싶었다.

기념품에 기념,을 더해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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